회고록

뱅크샐러드 안드로이드 개발자 채용 지원 및 면접 후기

NukeOlaf 2020. 11. 6. 22:02

1. 초심자의 행운, 우연스러운 채용팀의 서류합격 연락

중간고사 기간, 스승님이 프로그래머스 윈터코딩에 있는 뱅크샐러드 인턴을 넣어보라고 연락이 왔었다. 근데 그게 졸업 예정자만 지원이 가능한거였다. 그것도 모르고 나는 포폴을 30분동안 만들었다. 그래서 만든 포폴이 아까워서 거의 장난반으로 뱅크샐러드 개발자 지원에 포트폴리오를 넣었다. 나는 설마 이게 되겠어..? 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그냥 넣어봤던거였는데...

일주일 뒤 뱅크샐러드 채용팀에서 연락이 왔다. 내가 경력직 개발자 채용지원에 잘못 지원한 것 같다고, 신입 개발자 채용지원으로 전환하겠냐고 물어봤다. 오 개꿀? 아직 안드로이드를 공부한지 일년정도 밖에 되지 않았고, 나같은 쪼렙이 30분동안 만든 지원서가 합격이라니.

사실 조금 놀랐다. 그리고 오히려 뱅크샐러드의 수준을 의심했다. 나보다 훨씬 능력있는 취준생 개발자들이 신입으로 지원을 많이 할텐데 내 보잘것 없는 포폴에 합격을 주다니.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정말 편견없이 사람을 뽑는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2. 자신만만했던 사전과제와 합격

그렇게 나는 서류합격 통보를 받고 사전과제를 안내 받았다. 사전과제할 때가 중간고사 시험기간이어서 시간을 많이 쓰지 못했다. 그래서 다른 휘황찬란한 기능 같은 건 못하더라도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자는 마인드로 밤마다 5~6시간씩 투자해서 3일동안 과제를 완성했다.

여름방학 때 넥스터즈에서 아재트 개발을 마친 뒤로 학교 일이 바빠 안드로이드 개발은 커녕 안드로이드 공부도 전혀 못했다. 거의 두 달만에 코딩을 하니까 갑자기 어색했다. 아, 역시 어떤 공부던지 오랫동안 하지 않으면 실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구나. 그래도 예전에 코딩해놓은 것들도 참고하고 검색도 해가면서 과제를 만들었다.

마음에 안드는 부분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꽤 보기 괜찮은 코드가 나온 것 같다. 사전과제는 합격할 것 같다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뿜어져나왔다. 사전과제 결과는 역시나 합격이었다. 뱅크샐러드 채용팀과 전화로 대면 인터뷰 일정을 잡았다.

 

3. 개발자로서의 진로와 미래 고민

사실 이 때, 나는 많은 고민을 안고 있었다.

"안드로이드 개발자로서 계속 성장하고 공부해나가야할 것인가?"

"대학 학위를 위해 학교에서 계속해서 개발과 상관없는 수업을 들어야 할까?"

"만약 붙는다면 학교를 그만두고 뱅크샐러드를 다녀야 할까?"

안드로이드 개발을 시작한지는 1년 밖에 안되었지만, 앞으로 내가 계속해서 안드로이드 개발자로 남아있어야할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웹프론트나 백엔드 같은 다른 분야 개발의 세계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그 세계에 대한 궁금함도 남아있었고, 그 분야들을 공부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그래서 올 겨울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경험을 해보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덜컥 뱅크샐러드 채용 프로세스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김칫국이긴 하지만, 뱅크샐러드에 붙는다면 계속 안드로이드 개발자로서 나의 커리어를 쌓아나가야할지, 떨어지더라도 계속해서 안드로이드를 공부해야할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

그리고 학교, 학교가 문제였다. 개발 관련 네임드 대외활동만해도 4년제 대학교 학위, 또는 어느정도 그에 준하는 자격이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내가 학교를 그만두고 고졸의 신분으로 취업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여러모로 리스크가 큰 도전이다. 그리고 나는 체계적인 개발 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학교를 그만두기에는 학교에서 복수전공으로 배울 수 있는 컴퓨터 관련 지식마저 절실했다.

그런데 그런 공부를 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현재의 본 전공이 문제였다. 전공에서 하는 수업과 과제들은 내가 정말 하고 싶은것들과 상관없는 것들이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았는데, 내 전공은 나의 발목을 잡았다. 전공 과제와 수업들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그 결과물들은 들인 노력과 시간에 비해 나에게 무의미하게 다가왔다.

이렇게 시간낭비하며 내 20대의 2년을 더 보내야한다는 사실이 너무 힘들었다. 학교를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많이 들었다. 그래서 만약 뱅크샐러드에 합격한다면, 도피성으로 학교를 그만두고 뱅크샐러드로 가서 안드로이드 개발자로서라도 커리어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까지 생기기 시작했다. 정말 안좋은 생각이지만.

 

4. 최종 면접, 그리고 내가 애송이라는 것을 깨닫게 됨

결론적으로 그런 마음가짐의 나는 면접에서 떨어졌다.

사실 준비도 일절 하지 않았다. 결국 마음 속으로 이런 저런 고민만 잔뜩 하다가 안드로이드 관련 지식조차 하나도 찾아보지 않고 거의 면접에 놀러가듯이 갔다. 그런데도 면접관들이 내가 면접 준비를 안 한 사실을 모르고 나를 뽑았다면 그것도 그것대로 뱅크샐러드의 미래가 심각하게 어두운거다. 나는 내가 잘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면접장에 막 도착했을 땐 머릿속이 정말 하얬다. 별로 기대를 하지 않고 면접 경험을 쌓겠다는 마음으로 간건데, 그래도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그리고 기술질문이 정말 많이 들어왔는데, 어쩜 그리 잘 모르겠는 것들만 쏙쏙 뽑아서 질문하시는지. 하하. 나름 안드로이드 개발에 대한 자신감이 있긴 했지만, 질문 중에 제대로 대답한 건 한 개도 없는 것 같다. 그동안 내가 공부했던 안드로이드 관련 지식을 총 동원했지만 거의 유체이탈 화법을 사용한 두루뭉술하고 피상적인 대답밖에 하지 못했다. 갑자기 생각하니 조금 부끄럽기도 한데, 면접관분들이 내 보잘것 없는 말주변을 참고 들어주시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주셔서 조금 감사했다.

붙으려고 면접을 갔다기보다는, 뱅크샐러드가 어떤 회사인지, 실제 회사에서는 어떤 면접을 진행하는지 궁금해서 면접을 가본다는 느낌이긴 했다. 또, 내가 지금까지 공부한 안드로이드 지식에 대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검증하고 싶은 욕구도 있었다. 그래서 불합격했지만 크게 후회는 되지 않는다. 오히려 내 좁은 시야와 낮은 실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게 되자 현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아직 준비되지 않은 애송이 개발자다. 내가 공부한 1년은 실무에서 실제로 일하기에는 너무나도 짧고 부족했다. 내가 지금까지 개발을 공부한 방법도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드를 효율적으로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드로이드 개발에 대한 제대로 된 공부와 이해가 부족했다. 요근래 코더와 개발자의 차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데, 그동안 내가 한 공부는 개발자가 아니라 "코더"가 되기 위한 공부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내 공부의 근본적인 방법부터가 잘못되었다고 느꼈다. 

 

5.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먼저, 그동안의 실패한 개발 공부와 1년 남짓한 내 인생이 담긴 이 티스토리 블로그를 접으려고 한다. 안드로이드 개발자, "nuke olaf" 라는 다소 중2병스럽고 유치한 이름을 버리고 새로 시작할 것이다.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뱅크샐러드에서 최종 면접을 진행하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지금까지 내가 코드 몽키의 길을 착실히 걸어왔다는 사실을. 그렇다고 블로그를 아예 없애진 않을거다. 가끔씩 생각날 때마다 들어와서 잘못된 공부를 하고 있던 과거의 나를 반면교사 삼으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해야지.

앞으로 내가 안드로이드 개발자가 될지, 뭐가 될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뱅크샐러드 채용 면접은 나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앞으로 내 인생에 있어서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한 달정도 생각을 조금 정리하고, 앞으로의 새로운 커리어를 쌓아나갈 것이다. 개발 공부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서 지금과 같은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두 달만 있으면 곧 연말이다. 2020년의 나와는 작별을 준비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야지. 더 높이,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해서.